버리는게 능사가 아니다-비움의 방법(스팀다리미)
사실 나눔은 귀찮다
먼지 털고 닦아야 한다
여유가 없을 때는 많이 버리기도 했다
말 그대로 쓸만 하지만 나는 쓰지 않는 것들
미니멀라이프를 살다보니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오래 되었지만 아직은 쓸만한 스팀 다리미를 닦는다
폐기물 스티커를 뽑으려던 참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필요한 사람이 있을텐데...'
지역맘 까페에 올리니
과연 필요한 분이 받는다고 하신다
별일 아닌데 내 자신이 기특하다
쓰레기를 안 만들어 기특하고
드림 받는 분에게 편리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기특하다
빈티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빈티지는 오래써서 묵은 느낌이 나며 세월을 반영해서 귀하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유행일 때는 멀쩡한 새가구를 밀어서 벗겨진듯한 페인트 칠갑을 하고
때묻고 녹이 슨 기법을 가미 하였다
세월의 깊이가 그렇게 만든다고 만들어 졌을까
빈티지와 미니멀도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필요하고 아끼는 것들에게만
나의 손길을 주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때 붙였던 스티커 자국이 있는 옷장도 소중하고
지저분 해지면 베이킹소다로 광을 내면 금새 반짝거리는 스텐냄비도 소중하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때 일이 너무 바빠
급한대로 아울렛에서 샀던 10만원대 책상세트가
(엄마가 고학년 올라갈때 좋은걸로 다시 사줄께... 하고 나자신을 위로 했었는데)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동생이 물려 쓰고 있는 지금도
너무나 멀쩡하다
낙서된것들 가끔씩 요술블럭으로 밀어주면 어찌나 깨끗해 지는지 모른다
다리미를 꺼내 닦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들이 무심하게 한마디 툭 한다
"왜? 팔게?"
"이건 드림할꺼야"
아이도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일 것이다
스탠드형이라 너무 자리를 차지 해서
핸디형으로 사려고 했다
검색하고 후기 읽고
물건 살때 필요한 요식 행위들을 했다
하.다.가.
다리미가 꼭 필요한가?
미니멀라이프를 즐기며
관리가 까다로운 소재의 옷을 입지 않게 되었다
지난 겨울 니트 스웨터를 한번도 입지 않았다
손빨래 조물조물하고
정전기 때문에 안 쓰던 유연제도 써야하고
살짝 탈수해서
안 늘어지게 모양 잡아 건조시키던
그 일 많은 니트를 안 입으니
다릴 일도 없어졌다
왠만한 구김은 분무기로 물 칙칙 뿌려서 해결한다
내일 입을 셔츠는 밤에 물 뿌려서 방에 걸어놓으면
다음날 아침 뽀송하면서 쫙 펴진 옷을 입을수 있다
가습기 역할도하고
다리미 꺼내기가 귀찮아 즐겨쓰는 방법이다
대체품인 핸디형 스팀다리미를 사지 않았다
나는 깔끔한 매무새를 좋아하니 필요해지면 들이겠지만
언젠가 쓸지 몰라서 대비하지는 않기로 했다
요즘 배송이 얼마나 빠른데
미리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겠다
버릴때는 찜찜했는데
나눔을 하니 이렇게 개운할수가 없다
우리집에서는 천덕꾸러기가 그집에 가서는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